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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가스관이 떨어져요”···폭우에 전세사기 아파트가 무너진다
인천에 폭우가 내린 18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사는 미추홀구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면서 가스 배관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총 3차례 외벽이 무너졌다. 폭우로 인해 건물 균열이 악화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은 깊어졌다. 세입자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두렵다”며 구청 등에 조치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후속책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3시 30분쯤 인천 미추홀구의 13층짜리 아파트에서 건물 외벽 한쪽이 무너졌다. 천둥 같은 굉음에 잠이 깬 세입자 은모 씨(43)는 “또 무너졌구나”하는 생각에 외벽을 확인했다고 했다. 건물 2~7층 사이의 외벽 한 면이 폭우로 와르르 무너져 있었다. 외벽에 붙어있던 가스 배관도 떨어져 아래로 축 처진 상태였다. 은 씨는 “가스 배관이 터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까 겁이 나 바로 신고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건물의 가스 공급은 차단됐다.
인천에는 지난 16일 0시부터 이날 오후 3시30분까지 지역별로 적게는 250㎜, 많게는 400㎜의 비가 내렸다. 이곳에 사는 강민석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대표는 “비가 많이 와서 가스 배관조차 못 고치고 차단된 상태로 두면서 세입자들은 찬물로 씻거나 음식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가 빨리 그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현상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10~13층 사이 외벽이 무너졌고, 올해 1월에는 7~10층 사이의 외벽이 떨어졌다고 한다. 세입자들은 그때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구청에 조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이 방치됐다. 아파트 1층 주차장 한편에는 이날 붕괴로 떨어져 나온 마감재에다 지난겨울부터 추락한 마감재들이 쌓여 있었다. 현장을 정리하던 소방 관계자는 “또 이렇게 될 것 같았다”며 “저희도 전문가가 아니라 더 건드릴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은씨는 “지난겨울 외벽이 무너졌을 당시 집 방범창이 다 파손됐다”며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라고 했다. 세입자 A 씨는 “가스가 새어 나오기라도 했다면 큰 폭발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찔했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전세사기 피해를 본 세입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중”이라고 했다. 건물 수리를 책임져야 할 임대인은 전세사기 재판 중으로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도 “사유재산이라 조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강 대표는 “세입자들이 사비로 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데, 전세사기로 경매 중인 아파트라 세입자들은 여기 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리하기도 어렵다”라고 했다.
세입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분통을 터트렸다. 세입자 이모씨(40)는 “구청은 항상 방법이 없다고 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난겨울 외벽이 무너지면서 보일러 연통이 다 찌그러졌을 때도 결국 사비로 고쳤다”라고 했다. 은 씨는 “시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라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해결할 의지도 없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유관부서 담당자가 조치할 수 있을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사유재산이라 지원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전세사기 주택의 경우 누수 등 하자가 발생하면 세입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라며 “수리가 이뤄지지 않는 집에 세입자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공공이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을 방치하는 꼴”이라고 말했다.